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태안에 있는 "청산수목원"을 다녀왔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간 건 아니고, 운전해서 가는 길 내내 "청산수목원"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팜파스 축제 기간이라 그런 것 같다. 출장지를 가면서 '아 수목원이 근처에 있구나! 돌아오는 길에 시간 되면 잠깐 들러와야지 ' 생각했다.
나는 아직 초보운전(장롱면허 탈출 3년 차)이라 출장지에서 랜트를 해서 운전을 할 때 중간 경유지를 생각조차 못한다. 그리고, 운전 미숙도 그러한데, 직장생활도 미숙이라 출장을 가면 딱 회의만 참석하고 돌아온다. 마흔이 넘은 나이.. 짬밥을 먹을 만큼 먹었으나 머릿속에 회의 말고 나머지는 없다.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지만, 태생이 그런 탓에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노력해야 한다.
회의를 마치고 차에 타서 네비게이션에 또 렌터카 반납 장소를 찍었다. 출발할 때 그렇게 수목원이라도 들러야지 했으면서, 결국 나는 중간에 차를 잠깐 세웠다. 그리고 "청산수목원"을 검색했다. 다행히 내가 렌터카 반납해야 하는 주차장을 가는 중간이었다.
도착했더니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도 많이 없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잘했다. 잘왔다.'
매표소에서 입장료(개인 일반 11,000원)가 좀 비쌌지만 그래도 입장하였다. 팸플릿에 지도를 보면서 천천히 걸어보라는 직원의 권유가 있었으나, 구두 신고 그렇게 열심히 힐링하기는 싫어서 천천히(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수목원 풍경을 즐겼다.
로터스 샵에서 라벤더 버블바스 파우더(5천 원)를 구입하고, 카페 팜파스에서 따뜻한 라테 한 잔과 스콘을 샀다. 점심 대신 배를 채울 요량이었다. 멀리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저기 가서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어디든 편한 곳에서 먹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팜파스 앞 분수(?)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한 삼사십 분의 시간을 가졌는데, 굉장히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일을 하지 않았다면... 출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참. 내가 힘들어하고 나를 어렵게 하는 것들인데..
내가 버겁게 느끼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성장한 것 같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은 어깨가 무겁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끔 이렇게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살아야겠다.
아! 그리고 나도 핑크 뮬리를 실제로 보았다. 사진으로만 보고, 티비로만 보던 핑크뮬리를 직접 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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